올라보지 않은 언덕은 두려움을 먼저 던져준다. 경사도도 모르고 숨돌릴 타이밍도 모르니 페이스 배분을 할 수가 없다.
어떻게 올라야 할까? 기준을 남산 업힐로 잡고 언덕용 주 기어비를 32T X 17T (작은 놈에서 4번째 스프라켓) 로 고정한다.
무릎은 하늘에 맡기고 달려오면서 어설프게 익힌 상반신을 이용한 주법으로 페달링한다.
업힐에서 내 목적는 쭌 형이다. 다른 팀원은 이미 머릿 속에서 사라지고 그 사람의 춤추는 뒷 모습만 보일 뿐이다.
그를 처음 만났던 추운 날의 남산. 죽어라 페달링을 하고 있던 내 옆에서 편안하게 끝까지 댄싱으로 올라오던 그 때 그 모습.
지면을 걷는 듯한 굉장히 편안한 폼으로 춤추는 그 모습에 '로드 바이크를 가지고 싶다. 나도 저렇게 춤추고 싶다.' 라는 마음이 처음 들었었다.
한 2km 쯤 올라왔을까? 그래도 보이던 뒷 모습이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다. 저 멀리 헤어핀을 지나 한 칸(?) 위에서 달리는 모습만 간간히 보일 뿐. 잠시 나온 내리막에 쉴 여력도 없이 어떻게든 따라 붙어 보기 위해 고속 기어로 끌어올린 채 댄싱으로 가속, 이어지는 업힐에 최대한 탄력을 붙여서 가속한다.
그.래.도 안 보인다. +_+;;; 저 멀리 간신히 보일 뿐.
이제 라스트 1km.
마지막 헤어핀 코너. 이제 몇 백미터나 남았을까. 어라? 경사도가 줄어든다. 휴게소 표지판.. 마지막 힘을 내서 대쉬!
올라왔구나. 진짜 올라오긴 했구나!
저쪽에서 쭌 형이 빙글빙글 웃고 있다. ㅋㅋㅋㅋ
하나 둘, 팀 원들이 올라오고 십전대보차의 씁쓸한 맛과 함께 미시령 정복의 쾌감을 만끽하고 세레모니 및 단체 사진 ㅎㅎ
멋지게 찍히고 싶었는데 포즈가 별로다 ㅋㅋ
모든 팀원들과 단체 사진 한 방 날려주고
이어지는 다운힐, 우와 이거 겁난다. 휙휙 사라지는 다른 팀원들 +_+/~
역시 다운힐 못하는 것이 증명되어버림. ㅋㅋ
다운힐을 마치고 미시령 터널의 출구와 만나는 지점. 평지라서 페달링을 하려는데 아뿔사. 통증이 좀 심해지고 더 페달링 하면 아무래도 지난 번 처럼 쭉 부상 상태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. 그리하여 시내까지는 서포트 차량에 덜렁 얻어 타고 편안히 갔다.
아쉬움이 많았던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고속 버스 팀과 차량 팀으로 나뉜다. 숙연님은 나름 집 근처라서 잠실에서 내 차로 가기로 결정. 영수 형님이 졸음을 참아가면 줄곧 운전수 역할을 수행해주신다. 횡성 휴게소 까지는 어떻게 잠 안자고 떠들면서 어깨도 주물러 드려가면서 같이 버텼으나 휴게소 이 후 뻗어버리고 눈 뜨니 동서울 톨게이트다.
폭우를 뚫고 잠실에 도착, 천막 쪽으로 엉덩이를 들이민 차량의 트렁크를 열고 장비를 정리한 후 집으로 향한다.